"자신의 죄만 고백하라"
이는 고해성사의 원리이다. 고해성사(예전엔 고백성사라고 했음)란 자신의 죄를 하느님께 아뢰고 죄사함을
받는 예식인데 다섯 가지 단계를 거친다.
이는 성찰 → 통회 → 정개 → 고백 → 보속의 다섯 단계인데
먼저 자신이 지은 죄를 알아내고(성찰), 죄 지은 것에 대해 깊이 뉘우치며(통회),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않겠
다며 굳게 다짐하고(정개), 하느님께 자신의 죄를 아뢰면(고백) 사제가 죄를 보상하거나 대가를 치르도록 한
다.(보속)
그런데 사람이란 것이 고해소에 들어가면 이상하게 비굴해지고 자신의 죄를 별 것도 아닌 것처럼 위장하고
싶어진다. 말하자면 죄를 짓기는 지었는데 지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합리화시키고 싶어진다
는 것이다. 이런 식이다.
"남편이 나를 속상하게 해서 남편을 미워했습니다."
"시어머니가 나를 화나게 해서 시어머니를 욕하고 미워했습니다."
나의 죄는 남편을 미워하거나 시어머니를 욕한 것이다. 그러니까 이렇게 고백하는 게 맞다.
"남편을 미워했습니다." 혹은 "시어머니를 욕하고 미워했습니다."
남편이 나를 죄짓게 한 것은 남편의 죄이지 나의 죄가 아니다. 그런데 꼭 '남편이 나를 죄 짓게 해서 내가 죄
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'는 식으로 내 죄를 깎아 내거나 그럴듯하게 포장한다는 것이다.
엊그제, 자정이 다 되어 어떤 부부를 만났다. 이들은 남편의 외도로 2년째 무척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.
부부 사이의 일을 어찌 남이 다 알 수 있겠는가. 하지만 객관적인 사실로 보아도 남편이 죽을 죄를 졌다.
잠시 지나가는 바람도 아니고 2년동안이나 외간여자와 사귀었으니 어느 여자가 쉽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.
아내는 아침에 눈을 뜨면 남편과 상대녀에 대한 온갖 상상이 다 되어 괴로워 죽을 지경이고(그녀가 틈만
나면 잠을 자는 이유라고 한다. 잠을 자면 잊을 수 있으니까)
남편은 툭하면 과거의 일을 끄집어 내어 자신을 괴롭히는 아내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.
참 딱하다. 두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, 과연 접점은 없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참 많은 말들을
했고 많은 말들을 들었다.
남편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변호했다.
"잘못을 한 것은 사실이다. 하지만 내가 그동안 우리 가족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돈을 벌었고 노력했냐.
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모든 책임을 다 했다. 딱 한 번 바람핀 것 때문에 내가 잘했던 것들은 온 데 간 데
없고 이렇게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은 부당하다."
아내는 남편이 가족을 위해 고생했고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.(남편이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
는데 밑바닥에서 그만큼 일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는 주변 사람들이 다 안다.)
하지만 남편밖에 모르고 살았던 나를 배신하고 2년 동안이나 외도를 했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.
더구나 남자가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, 하는 식의 사고방식은 더 용서할 수가 없다.
나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해성사의 원리를 생각했다. 남편은 이런 자세가 되어야 한다.
"어떠한 경우라도 아내를 배신하면 안 되었다. 그런데 내가 아내를 배신하여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. 그래서
일생 그 죄를 보속하며 살겠다."
나는 그 동안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했다. 가족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했다. 그런데 단 한 번 실수했다는 이유로
나를 이렇게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억울하다. 이런 식의 태도는 아내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.
남편의 죄를 덮어주고 안 덮어주고는 아내의 몫이다.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죄를 덮어 줄 수 있도록 더 많은
노력을 해야 한다. 그게 죄 지은 사람으로서의 도리다. 아내에게, 가족에게 책임을 다했던 지난 날을 들고 나와
자신의 과오를 희석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.
아내는 남편이 큰 죄를 지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게 만들었지만 그가 지은 죄만 바라보지 말고 그동
안 그가 가족을 위해 흘린 땀방울과 희생을 더 크게 생각했으면 좋겠다. 그리고 혹시나 손톱만큼이라도 내가 남
편에게 잘못한 일은 없었는지도 생각했으면 좋겠다.
고해성사의 원리는 이렇게 큰 문제로 갈등하는 부부 뿐 아니라 일반적인 부부관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.
남편 때문에 내가 어떻게 했다, 혹은 아내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가 아니라 나의 잘못이 무엇인가
에 집중하여 내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는 것이다. 나의 잘못을 합리화하기 위해 상대방의 허물을 들추
거나 상대방 탓을 하다보면 갈등은 끝없이 이어진다.
'너 때문이야'가 아니라 '내 탓이야'에 답이 있다.
추천은 저에게 큰힘이 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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